전라남도 영암군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은 대한민국이 국제 모터스포츠의 중심으로 도약하고자 했던 상징적인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F1 코리아 그랑프리(2010~2013)를 통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독특한 트랙 구조와 자연환경,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 아래 야심차게 추진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F1 철수 이후 다양한 국내 대회와 테스트 트랙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당시의 실패와 현재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기술적 다양성과 도전적인 트랙 레이아웃
영암서킷은 총 길이 5.615km, 18개 코너, FIA 그레이드 1 등급을 받은 국제 규격의 트랙입니다.
2009년 9월 2일 착공하여, 2010년 10월 11일 개장하였으며, 건설비는 약 4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었습니다. 독일 출신의 유명 서킷 디자이너 헤르만 틸케(Hermann Tilke)가 설계한 이 서킷은, 기술적 요소와 추월 구간, 고속 주행 및 코너링 테스트가 조화를 이룬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시계 반대 방향으로 주행하는 세계 몇 안 되는 서킷 중 하나이며, 총 세 개의 섹터로 나뉘어 차량의 종합적인 성능을 시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섹터 1은 긴 직선 구간과 헤어핀 조합으로 추월 기회가 많고,
- 섹터 2는 고속 코너링 능력을 요구하며,
- 섹터 3는 중저속 코너 위주의 구간으로 차량의 밸런스와 드라이버의 기술이 중요합니다.
특히 제2~제3 코너 구간의 직선로는 F1 전체 서킷 중에서도 가장 긴 직선 구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2011년 세바스찬 페텔이 기록한 1:39.605가 랩 레코드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상설 서킷(3.045km)과 제2 서킷(3.673km)를 포함해 다양한 길이와 구성으로 일반 레이싱 경기, 드라이빙 스쿨, 테스트 트랙 등으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F1 레이싱게임 2013까지는 영암서킷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국내 한정 인기가 많은 트랙으로 아직도 이 서킷 때문에 2013을 플레이하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죠.
전체적으로 괜찮은 트랙같은데 왜 13년까지만 사용되었을까요?
접근성과 인프라 부족의 이중고
KIC는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에프원로 2에 위치해 있으며,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약 350km 이상 떨어져 있으며, 고속철도(KTX)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광주송정역이나 목포역을 통해 버스로 이동해야만 합니다. 대회 기간 중 임시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는 했지만, 관중 유입이나 외국인 미디어의 접근성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숙박 인프라도 문제였습니다. 지역 내에는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가 부족했고, 외국 팀과 기자들은 인근의 모텔, 러브호텔 등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대회를 열면서도 국제적인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외식, 관광, 쇼핑 등 연계 관광 인프라도 미흡하여 장기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이외에도 서킷 주변에 계획됐던 도시개발,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 조성, 삼포지구 개발 등은 대부분 지연되거나 중단되었으며, 현재도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입니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 유스호스텔 리모델링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예산 문제로 무산되거나 실효성이 부족했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 해보고 싶은 수도권과 멀리있는 점과, 숙박시설에 부족입니다.
F1의 특성상 차량부터해서 항공 화물이 굉장히 많은데 인천과 굉장히 멀리 있는 부분, 개인 드라이버들의 전용기나 팀 스태프들은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했는데 이 무안공항역시 차로 40분 이상의 거리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스탭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감당하기에 많이 어려운 위치죠.
서킷 근처 부대시설은 적더라도 적어도 숙박시설은 완벽하게 준비했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점도 참 안타깝습니다.
접근성도, 모터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고자하는 고민도 전혀 느껴지지않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입니다.
제일 위쪽 이미지보셨나요? 사실 저렇지 않습니다 저건 조감도일뿐이고 실제는 이렇습니다.
주변에 논 밭 밖에 안보이는 허허벌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4년동안 운영을 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입니다.
재정난과 행정 실패, 구조적 문제의 총체적 난국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원래 7년간 개최 예정(2010~2016)이었지만, 실제로는 단 4년만(2010~2013) 진행된 뒤 중단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적인 적자 운영입니다. 대회 한 해 운영에만 700억 원 이상이 소요되었고, 그에 비해 수익은 미미했습니다. 홍보 전략 미비, 저조한 관중 수, 국내 팬덤의 부족 등으로 수익 구조가 무너졌고, 개최료 미납 및 F1 측과의 계약 갈등도 이어졌습니다. 실제 2014년 대회는 일정 변경과 준비 부족으로 취소, 2015년에는 잠시 재개 논의가 있었으나 아제르바이잔 바쿠가 대체 개최지로 결정되며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영암서킷은 사실상 F1에서 철수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조직위원회도 해산, 현재는 전남개발공사 산하 KIC사업단이 서킷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1. 건설 당시 아스팔트와 관람석이 미완성인 상태에서 대회를 강행
2. 표를 판매하고도 관람석 일부를 폐쇄 3.
지방의 교통/숙박 인프라 부족을 무시한 입지 선정 등 수많은 문제들이 행정적 무능과 졸속 추진의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까지도 이 사업에 투입된 자금 대부분은 회수되지 않았고, 2022년 기준으로 1,150억 원의 빚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재정 파탄의 상징으로 회자되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CJ슈퍼레이스, 현대N페스티벌 등 국내 주요 대회 유치, 95% 이상 가동률의 트랙 운영, 신차 테스트 및 교육용 활용 등으로 재평가받고 있으며, "아시아의 뉘르부르크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CJ와 협약을 체결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영암서킷은 실패한 F1 유치의 대표 사례로 비판받았지만, 트랙 자체의 우수성과 현재의 활용도 면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무리한 추진보다는, 미래에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운영 방식으로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와 산업 기반을 다지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영암서킷은 한국 모터스포츠의 심장으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발 그러길 바라기도 합니다.